우리는 흔히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자리에 서는 일이 산들바람처럼 부드러울 거라고 생각해요. 발 앞에 붉은 융단이 스르르 펼쳐지고, 문이 저절로 열리고, 모든 게 착착 맞아떨어지는 장면을 떠올리죠.

그런데 하나님이 예비하신 만남이 재난처럼 보일 때가 있어요.

(카이로스) καιρός — “정해진 때, 합당한 시기, 기회의 순간”

‘바로 그때’가 그 순간에는 전혀 반갑지 않을 수 있어요. 꽉 막힌 도로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땀을 뻘뻘 흘리며 공항 터미널을 내달리고, 캐리어를 끌고, 유모차를 밀면서, 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다들 이미 편하게 자리에 앉아 있는데 나만 축복의 맨 끝줄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 그런 기분일 수도 있어요.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비행기를 향해 뛰던 날이 기억나요. 지치고 속상했어요. 우리는 늦었고, 카운터는 이미 닫혀 있었어요. 누군가 딱하게 여겨 준 덕분에 겨우 통과했지만, 짐은 실리지 못할 거라는 말을 들었죠. 숨을 헐떡이며 좌석에 앉아, 상황에 화가 나고 마음은 푹 꺼졌어요.

그런데 안내 방송이 나왔어요. 기술적인 결함으로 출발이 지연된다는 방송이었죠.

그 ‘문제’ 덕분에 우리 짐은 사람 손으로 하나하나 실렸어요. 나를 답답하게 만든 지연이 사실은 나를 살린 하나님의 예비하심이었던 거예요. 우리는 형편을 너무 성급하게 판단해요. 앞을 막아선 것을 보며 벽이라고 단정하지만, 하나님은 그것을 우리를 덮어 주는 지붕으로 보고 계세요.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로마서 8:28 (개역한글)

지금 당신을 힘들게 하는 바로 그 일이, 당신이 제때 도착하도록 모든 것을 맞추어 가시는 하나님의 방식일 수 있어요.

길이 험하다고 해서 잘못된 길에 들어선 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