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사람이 “당신은 율법에 대하여 죽었습니다”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익숙한 타협이 하나 고개를 들어요. 이런 식이에요. “그래요, 의식법에는 죽었죠. 어린 양, 절기, 제사장의 씻음 같은 것들요. 하지만 십계명은 아니잖아요.”

조심스러운 말처럼 들려요. 그런데 바울이 쓴 말은 그게 아니에요.

가르치는 사람들은 공부를 위해 율법을 의식법, 시민법, 도덕법으로 나누곤 해요. 그건 교실에서 쓰는 도구예요. 배우는 사람이 자료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죠. 하지만 하나님이 율법을 세시는 방식은 그렇지 않아요.

“누구든지 온 율법을 지키다가 그 하나에 거치면 모두 범한 자가 되나니” 야고보서 2:10 (개역한글)

진주 목걸이를 떠올려 보세요. 줄을 한 군데만 끊어도 진주가 전부 바닥으로 쏟아져요. 진주 하나를 잃는 게 아니라 목걸이를 잃는 거예요. 야고보는 율법도 그렇게 움직인다고 말해요. 하나를 어기면 모든 계명 앞에서 범한 자로 서게 돼요. 여기서 “범한 자”로 옮겨진 말은 (에노코스) ἔνοχος — “책임을 지는, 법적으로 걸려 있는”이에요. 한 군데서 걸려 넘어지면 전체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되는 거예요.

하나님은 율법을 하나의 덩어리로 다루세요. 구역을 나눠 점수를 매기지 않으세요.

율법이 하나라면, 거기에 죽는다는 건 전부에 죽는다는 뜻이에요. 바울은 어느 부분에 죽을지 우리가 고르도록 내버려 두지 않아요.

“이제는 우리가 얽매였던 것에 대하여 죽었으므로 율법에서 벗어났으니 이러므로 우리가 영의 새로운 것으로 섬길 것이요 의문의 묵은 것으로 아니할지니라” 로마서 7:6 (개역한글)

바울은 “의문(儀文)”이라는 말을 써요. 원어는 (그람마) γράμμα — “써 놓은 글자, 기록된 조문”이에요. 바울은 제단이나 짐승의 피나 절기 날짜를 말하고 있지 않아요. 그는 문서로 적힌 무언가를 말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문제를 매듭짓는 구절이 이어져요. 문맥이 왕이에요. 바로 다음 문장이 바울이 어떤 율법을 염두에 두었는지 이름을 대 줘요.

“그런즉 우리가 무슨 말 하리요 율법이 죄냐 그럴 수 없느니라 율법으로 말미암지 않고는 내가 죄를 알지 못하였으니 곧 율법이 탐내지 말라 하지 아니하였더면 내가 탐심을 알지 못하였으리라” 로마서 7:7 (개역한글)

“탐내지 말라”고 말한 율법이 어느 율법이죠?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지니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지니라” 출애굽기 20:17 (개역한글)

열째 계명이에요. 모세가 돌판에 새겨 산에서 들고 내려온 그 계명이에요. 어린 양에 관한 규정이 아니에요. 달력에 관한 규정도 아니고요. “탐심”으로 옮겨진 말은 (에피뒤미아) ἐπιθυμία — “욕망, 갈망”이에요. 열 계명 가운데 바울은 사람의 음식이나 절기가 아니라 사람의 속을 다스리는 계명을 골라냈어요.

그러니 두 구절을 나란히 읽어 보세요. 6절에서 바울은 우리가 율법에서 벗어났다고 말해요. 7절에서는 십계명을 인용해서 자기가 말하는 율법이 무엇인지 보여 줘요. 문맥은 우리가 십계명에 대하여 죽었다고 말해요.

이 말은 율법을 깎아내리는 게 아니에요.

“이로 보건대 율법도 거룩하며 계명도 거룩하며 의로우며 선하도다” 로마서 7:12 (개역한글)

율법은 거룩해요. 문제는 한 번도 율법에 있지 않았어요. 문제는 우리였어요. 거룩한 기준이 그 기준을 도저히 채울 수 없는 사람의 손에 쥐어지면, 의가 아니라 죄책이 자라요. 하나님은 율법을 주시기 전에 이미 그걸 아셨어요. 그분은 죄를 없애려고가 아니라 죄를 드러내려고 율법을 주셨어요.

이 구분이 매일의 삶에서 왜 중요한지 말씀드릴게요. 절기와 제사에만 죽었다고 믿으면, 열 가지 요구를 여전히 자기 어깨에 그대로 얹고 살게 돼요. 바울이 “너는 이미 죽었다”고 말한 바로 그 계명들로 의롭다 함을 얻으려고 애쓰게 되죠. 그리고 욕망을 금하는 그 계명은, 바울 안에서 했던 그 일을 당신 안에서도 똑같이 해요. 육신으로는 순종을 만들어 내지 못해요. 욕망을 드러낼 뿐이에요.

“그러므로 내 형제들아 너희도 그리스도의 몸으로 말미암아 율법에 대하여 죽임을 당하였으니” 로마서 7:4 (개역한글)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위해 율법의 절반에만 죽으신 게 아니에요. 그분의 몸이 단번에 십자가로 갔고, 율법에 대한 당신의 죽음도 거기서 한꺼번에, 전부 일어났어요.

부분으로 깨어질 수 없는 율법은 부분으로 죽을 수도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