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은 먼저 먹는 거예요

예레미야는 눌린 채로 살았어요. 나라는 무너지고 있었고, 가까운 이들은 등을 돌렸어요. 그 한복판에서 그는 자기를 쓰러지지 않게 붙들어 준 한 가지를 말해요.
예레미야는 "주의 말씀을 얻어 지켰사오니"라고 하지 않았어요. 먹었다고 했어요.
이 순서가 중요해요. 우리 대부분은 펜을 들고 성경을 펴요. 머릿속에는 질문이 하나 있어요. 내가 무엇을 해야 하지? 책임감 있어 보여요. 진지해 보여요. 그런데 그건 밥상 앞에 숙제를 먼저 올려놓는 거예요.
예레미야가 쓴 동사는 (아칼) אָכַל — "먹다, 삼키다"예요. 사람이 자리에 앉아 빵을 뜯을 때 쓰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말이에요. 신비로울 것도, 거창할 것도 없어요. 음식을 몸에 넣으면 나머지는 몸이 알아서 해요. 개역한글도 이 대목을 "얻어 먹었사오니"라고 옮겼어요. 지켰다도, 배웠다도 아니고 먹었다예요.
모세도 같은 말을 했어요. 사십 년 동안 아침마다 땅에 내려 있던 것으로 먹고 산 백성에게요.
하나님이 먼저 먹이셨어요. 지시는 그 다음이었어요.
뭔가 해내려고 읽으면 지친 채로 성경을 덮게 돼요. 할 일 목록은 길어지고 기운은 줄어들어요. 먹으려고 읽으면 힘이 먼저 도착해요. 그리고 순종은, 아침을 먹은 사람이 하루 일을 하러 나가듯 자연스럽게 뒤따라와요.
율법의 마음은 성경을 점검표로 받아요. 은혜는 성경을 밥상으로 받아요.
그러니 내일 아침에는 첫 질문을 바꿔 봐요. 하나님이 무엇을 요구하시는지 묻지 말고, 하나님이 무엇을 차려 놓으셨는지 물어요.
순종은 배불리 먹은 사람이 하는 일이지, 배고픈 사람이 쥐어짜 내는 일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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