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보서에는 사람 마음을 덜컥 내려앉게 하는 구절이 하나 있어요.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는 말씀이에요.

이 한 문장만 떼어 놓고 읽으면, 구원이 마치 내가 끝까지 완수해야 하는 숙제처럼 들려요. 그런데 바로 뒤에 이어지는 말씀을 보면 그 부담이 스르르 풀려요.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로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 빌립보서 2:13 (개역한글)

여기 쓰인 두 단어가 핵심이에요. (카테르가조마이) κατεργάζομαι — “끝까지 해내어 밖으로 드러내다”, 그리고 (에네르게오) ἐνεργέω — “안에서 힘 있게 일하다”. 개역한글은 앞의 것을 “이루라”로, 뒤의 것을 “행하시는”으로 옮겼어요. 구원을 얻으려고 애쓰는 게 아니에요. 그건 십자가에서 이미 끝난 선물이에요. 우리가 부름받은 일은 하나님이 이미 우리 안에 두신 것을 밖으로 살아 내는 거예요.

파워 스티어링을 떠올려 보세요. 무거운 바퀴를 돌리는 힘은 당신이 내는 게 아니에요. 그 힘은 하나님이 대고 계세요. 당신은 방향을 정할 뿐이에요. 소원을 두게 하시는 분도, 행하게 하시는 분도 그분이세요.

문득 누군가에게 베풀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친구를 위해 기도하라는 작은 찔림이 온다면, 그건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아니에요. 하나님이 안에서 일하고 계신 거예요. 당신이 할 일은 그것이 막히지 않고 흘러나가게 두는 것뿐이에요.

선한 소원조차 그분에게서 온 것임을 알게 되면, 우리는 혼자 힘으로 자기를 빚어내는 신자가 되려는 애를 그만두게 돼요. 그리고 그분이 이미 다 이루신 일을 담아 전하는 그릇이 되지요.

노력은 내가 하는 일이고, 흐름은 하나님이 나를 통해 하시도록 맡길 때 일어나는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