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차지한다고 하면 으레 싸움부터 떠올라요. "땅을 얻는다"는 말도 지키고 싶은 것을 어떻게든 얻어내려고 치르는 전투의 연속처럼 들리고요. 그런데 하나님이 여호수아에게 약속의 땅을 말씀하실 때 쓰신 시제가 모든 것을 뒤집어 놓아요. 아직 한 발도 딛지 않은 땅을 두고 "주었노니"라고 하셨거든요.

“내가 모세에게 말한 바와 같이 무릇 너희 발바닥으로 밟는 곳을 내가 다 너희에게 주었노니” 여호수아 1:3 (개역한글)

이미 주셨다면, 왜 여전히 발로 밟아야 할까요?

답은 하나님이 그어 주신 경계선에 있어요. 광야에서 레바논까지, 유브라데 강에서 서쪽 대해까지. 지도 위에 이 네 점을 이어 남북과 동서로 선을 그어 보면, 거기 보이는 건 그냥 영토가 아니에요. 십자가예요.

약속의 땅 지도: 레바논, 광야, 대해, 유브라데 강의 네 경계가 십자가 모양을 이루는 모습

구약에서 그 땅은 손에 잡히는 흙과 돌이었어요. 오늘 우리가 차지하는 "땅"은 예수님이 이미 다 이루신 일이고요. 우리의 나음도, 우리의 필요를 채우시는 손길도, 우리의 평안도, 하나님께 졸라서 겨우 받아내야 할 것이 아니에요. 십자가가 이미 경계를 그어 놓으신 영토예요.

우리는 승리를 얻으려고 기도하지 않아요. 승리 안에서 기도해요. 원수를 무찌르려고 밟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겨 놓으신 자리를 차지하려고 밟는 거예요. 믿음으로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은 이미 내 이름이 적혀 있는 약속 위에 발을 얹는 일일 뿐이에요.

차지한다는 건 새로운 싸움에서 이기는 게 아니라, 이미 이긴 승리 안에 들어가 사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