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한 날은 하루예요

힘든 계절을 지날 때는 이게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아요. 아픔과 불확실함 속에 있으면 시간이 유난히 더디게 흘러가죠.
그런데 성경은 시간을 전혀 다르게 보여 줘요.
에베소서에서 바울은 영적 싸움에 대해 이렇게 권면해요.
"그러므로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취하라 이는 악한 날에 너희가 능히 대적하고 모든 일을 행한 후에 서기 위함이라"
에베소서 6:13 (개역한글)
바울이 쓴 헬라어를 보면 (테 헤메라 테 포네라) τῇ ἡμέρᾳ τῇ πονηρᾷ — "그 악한 날"이에요. 단수예요. 날들이 아니라, 한 날이에요.
이제 베드로전서의 약속과 나란히 놓아 볼게요.
"그러므로 생명을 사랑하고 좋은 날 보기를 원하는 자는…"
베드로전서 3:10 (개역한글)
여기서 쓰인 말은 (헤메라스 아가타스) ἡμέρας ἀγαθάς — "좋은 날들"이에요. 복수예요.
개역한글은 두 곳 모두 그냥 "날"로 옮겨서 이 차이가 눈에 잘 띄지 않아요. 우리말은 굳이 숫자를 드러내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원문에서는 분명히 구별돼요. 악한 것에는 하루가 주어졌고, 선한 것에는 날들이 주어졌어요.
하나님이 여기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게 있어요. 힘든 계절, 그 "악한 날"은 테두리가 있는 시간이에요. 잠깐이에요. 오고, 지나가요. 그러나 "좋은 날들"은 믿는 사람에게 주어진 일상이에요. 여럿이고, 넉넉하고, 계속 돌아와요.
은혜는 어둠을 덮어요. 소망은 두려움보다 오래 살아요. 빛은 밤보다 멀리 가요.
우리는 악한 날을 너무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그게 그저 하루라는 걸 잊어버려요. 그 하루가 당신의 인생은 아니에요. 당신의 운명도 아니에요. 하나님이 당신을 두고 하신 말씀은 점점 좁아지는 미래가 아니라, 점점 넓어지는 미래예요.
잠깐 머무는 계절이 당신의 영원한 정체성을 규정하게 두지 마세요. 폭풍은 지나가는 중이고, 좋은 날들은 아직 앞에 있어요.
고난은 한 순간이고, 선하심은 삶의 방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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