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은 먹으라고 주신 거예요

어떤 낙심은 상황에서 와요.
그런데 대부분의 낙심은 속이 비어서 와요.
예레미야는 그걸 알고 있었어요.
삶이 사방에서 무너져 내리던 그때,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예레미야 15:16 (개역한글)
말씀을 연구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말씀을 먹었다고 했어요.
히브리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이 “먹다”는 혀끝으로 한번 맛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요.
(아칼) אָכַל — “먹다, 삼켜서 제 것으로 삼다”.
개역한글은 이 말을 “얻어 먹었사오니”라고 옮겼어요.
곧 내 일부가 될 때까지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에요.
음식이 씹히고, 삼켜지고, 몸에 스며들듯이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충 훑고 지나가지 않았어요.
말씀이 자기 안으로 가라앉아 속에서부터 자기를 빚을 때까지 두었어요.
말씀을 “먹는다”는 건 말씀을 통째로 받아들인다는 뜻이에요.
그 내용이 무겁게 느껴질 때에도,
삶이 쓰디쓰게 느껴질 때에도요.
예레미야는 어떤 생각에 고개를 끄덕인 게 아니었어요.
하나님이 하신 말씀에 자기 존재 전부를 맞춘 거예요.
그에게 하나님의 말씀은 진리 그 이상이었어요.
그건 생존이었어요.
외로움과 거절과 슬픔에 둘러싸인 자리에서
말씀은 아무도 모르는 그의 힘이 되었어요.
이 구절이 놀라운 건
바로 앞에 놓인 대비 때문이에요.
예레미야는 탄식하고 있었고,
홀로 남겨진 자리와 씨름하고 있었고,
백성이 내던진 메시지의 무게를 혼자 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가 말씀을 “먹었을” 때
기쁨이 돌아왔어요.
상황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가까움이 달라져서요.
말씀이 그의 고통을 치워 준 건 아니에요.
그 고통 한가운데서 그를 먹여 준 거예요.
어떤 기쁨은 말씀이 한 끼 식사가 되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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